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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양이/토토 가을 이야기

고양이가 벌에 쏘였을 때

벌에 쏘인 동물 사진을 본 적 있다. 유머로 쓰이는 듯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퉁퉁 부은 모습들. 안타까우면서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.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었기 때문에. 그러던 어느 날, 나의 일이 되었다.

불과 2주 전 일이다.

누나 다리에서 쉬는 중


여유로운 일요일, 무릎냥 가을이는 누나 다리 위에서 한참 쉬다가 부엌 뒤쪽에 갔다. 부엌 뒤쪽은 창고로 사용하는데 그곳에 고양이가 가는 일은 흔한 일이므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. (집안 곳곳 순찰 다니는 게 고양이 직무이다.)

그리고 잠시 후, 가을이의 발이 퉁퉁 부어있었다.

발이 부었다옹


다행히 발이 부은 것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. 순간 떠오른 것은, 아주 가끔 벌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. (주택인데 추워질 즈음에 벌이 들어온 적이 있다.)

고양이가 벌에 쏘였을 때, 발열이 있거나 발작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. 보통 벌침을 제거하고 하루 이틀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고 한다. (발열이 있을 경우 어린이용 해열제를 먹이기도 한단다.)

퉁퉁 부은 발
엉아야 내 발을 부탁해


퉁퉁 부은 발이 불편했는지 형아 몸에 올리고 자던 가을이.

경과를 보기 위해 사이즈를 확인했다. (자로 대략적인 사이즈를 쟀다.)

내 동생 건들면 죽어?


그 날 밤,

1일차 저녁


자기 전,

1일차 밤


부은 발로 잘도 놀았다.


이튿날, 붓기가 많이 빠져있었다.

왜 자꾸 찍냐옹?
2일차 낮



엉아야 누나가 나 귀찮게 해



저녁이 되자, 어느 쪽 발이었는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렀다.

또 시작이네.
2일차 저녁

 

찍은 지 얼마 안됐잖아?



밤이 되었읍니다.

발 사진 그만 찍고 놀아조.
2일차 밤



그리고 다음날 아침,

3일차 아침



가을이는 멀쩡하다구.


우리 가을이는 조금 특별하다. 병력이 있어서인지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누나는 멘붕이다. 형 반만큼만 조심성이 있으면 좋겠는데. 그게 누나 욕심이라면 미안!

아, 벌은 전기모기채로 보내줬다.